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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광산구] 아트 컴퍼니의 피카소, 돈년, 두보 연극을 보고

집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얻은 할인티켓 덕분에
영화보다 싸길래 문화생활이나 해보자 하고 연극을 보러 갔다.


장소는 광산문화예술회관 (http://art.gwangsan.go.kr/)
광산구에도 문화예술회관이 있었구나ㄷㄷ
서구에 시청자미디어센터랑 그런거 매우 부러워했는데
무려 바로 옆동네 송정리에 문화예술회관이라는게 있었구먼.

 

 *
송정시장 있는 쪽이라 주변 환경과 위화감이 느껴지는 으리번쩍 건물.

 

 

 

*
꽤 이것 저것 많이 한다.
가야금 교실도 있고, 노래교실도 있고, 합창단도 있고, 연극교실도 있음.
만날 이동네는 뭐 없다고 징징거렸는데 안 알아봐서 몰랐던거구나...
송정리에 의외로 뭐가 많다. 구청이 있어서 그런가.

 

 *
이게 다 제목인가, 제목이 엄청 길다...
세 인물만 나온다.

 

 

*
안에 들어있던 팜플렛.
이 연극을 주최한 아트 컴퍼니에선 광산 청소년 연극단도 기간제로 운영하는데
대학생까지 청소년으로 쳐줌!
나이에 상관없이 대학생이면 되는건가용? 그럼 나도;ㅇ;///

 

 

*
핸드폰을 꺼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관객석에서 불빛나면 진짜 짱나긴 한디-.,-
원래 난 핸드폰에 전혀 메이지 않는 사람이었건만 
요즘은 쫌 미련이 남는다..
안 끄는 사람들 마음이 쪼꼼 이해될거같음.
그래도 공중예절은 지켜야지용!

518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였나보다.
그 내용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아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돈년과 두보가 떠나 온 곳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군인들이 그 도시로 쳐들어온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엔 너무 어렵고 난해해서
이거 뭐지 과연 잘 즐길 수 있을까,
괜히 온 가족 데리고 온거 아닌가
막 고민했는데
조급한 마음 갖지 말고 그냥 이끄는데로 가보자 마음먹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는데
점점 내용이 이해가 되고 마음에 들었다.

세 주인공은 다 각각의 상처가 있는데, 그 상처로 인해 극단적인 모습이 되었다.
감정등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상황을 극단적으로 그린 것 같다.
워낙 캐릭터가 극단적이라 처음엔 감정이입하기 힘들었던 듯.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좀 거북한 느낌도 있었는데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문제인 것 같음.
요즘 그래서인지 잔잔한거 좋아함ㅠㅠ 원래 매우 극단적이고 높낮이 심한거 좋아했는데..
아님 가족들이랑 와서 눈치가 보였던가.
여튼 극단적인 인물의 상황들은 좋았음. 마음에 들었음!!!

피카소는 사랑하는 사람을 교통사고로 태어나지도 못한 생명과 함께 보냈는데
자기가 죽였다고 하는걸로 봐서는
자기가 낸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은 것 같다.

돈년과 두보는 모항이라는 곳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 공원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돈년은 다른 남자들은 자기에게 손도 못대게 했는데
어쩐지 피카소에겐 사랑에 빠져서 공원에 세달이 넘게 머무는 중이다.
중간중간 돈년의 춤이 참 볼거리였다.
돈년 역할하시는 분이 춤을 정말 잘 추셨음!

하지만 피카소는 이들을 거절한다.
자신의 상처에 붙들려서 도통 세상에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는 몰라서 실제 사람이라면 함부러 폄훼할 수는 없었겠지만
연극에서도 그런 시선으로 묘사를 한 것 같은데 중2병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만 세상 아픔 상처 홀로 다 뒤집어 쓴 듯한 모습.
그런데 이 피카소도 흔들리고 있었던 것.
돈년이 발견했던 그림, 나중에 피카소가 찢어버린 그 그림은 돈년인 것 같다.

아 그 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ㅠㅠ
각자의 몫이 있다고 했던가.
두보가 돈년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런 것 같은데
여튼 의미는 니 상처따위 내 알바 아니다 그건 니 몫이야 그런 의미였음.
피카소가 무엇을 정확히 상징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기상처에 갇혀서 주변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인 것 같다.

두보는 돈년이랑 피카소랑 이어주려고 애를 쓰다가
아픈 돈년에게 마지막 춤을 추게 권하는데
그 춤을 추게 되는 계기가 참 뭐시기 하다.
돈년이 자신의 끔찍한 기억에 괴로워하다가 그 감정을 격정으로 표현해서 춤을 춘다.
토설같은건가,
노래랑 막 무셔웠음ㅠㅠㅠㅠ

그리고 돈년은 피카소를 위로하고 두보를 따라 떠난다.
돈년이 피카소를 마지막에 위로하는게 참 마음에 들었다.
518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돈년이 그 상처를 넘어서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게 된 그 모습이
광주가 가졌으면 항상 염원하는 모습이라서.

피카소를 보면서 좀 많이 찔렸다.
나도 정말 내 중심적인 사람이라, 내가 좀 여유로울 땐 모르지만
조금만 서운해지면 바로 내 세상에 갇혀서 주변에 널린 아픔들은 돌아볼 줄 모른다.
낮은 자세로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겸손이 부족하다.

외치는 것 같았다. 뭐하냐고.
당신네들 삶에 갇혀서 당신네들 생각에 갇혀서 당신네들 상처에만 갇혀서
더 큰 위로가 필요한 주변 사람들을
그건 네 몫이야, 네 업보야, 네가 감당해야할 문제야 라고 미뤄버리는..
하지만 내 상처는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밉지.
그래서 또 세상은 원래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살아 라고 말하고.
그 상처가 국가적인 차원이던 단체적인 차원이던 개인적인 차원이던 상관없이.
딱 내 모습이라서, 딱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라서 많이 찔렸다.
오히려 더 큰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를 받게 되는 모습.
어쩌면 더 큰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기에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된지도 모른다.
더 큰 그릇을 품게 되었기에.

아, 정리가 안된다.. 상처와 위로에 관해서 여러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광주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피카소같은 겉만 멀쩡하지만 속은 중2병 환자가 아니라,
겉보기엔 미친년이지만 그 그릇은 더 큰, 그래서 세상을 품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
내 상처에 메여서 갇힌 시선가운데 머물지 않고
그 상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을 싸매줄 수 있는 사람.